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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장의 생각

2017년 4월 8일 북한산 산행기


북한산 자락으로 들어오니 벌써 물 소리가 경쾌합니다.

한 겨울동안 얼음 장 밑에 갇혀있던 시냇물이 신이 났습니다.

졸졸졸, 콸콸콸~~~

물 거품도 신이 납니다.


덩달아 우리도 신이 납니다.

자주 모이는 것 같지만 그래봐야 한 달에 한 번,

만날 때마다 항상 새롭습니다.

다 들 모였나?

원구, 강수, 경락이, 원균이, 철수, 석채, 재승이, 재화 그동안 잘 못 오던 영호까지.


영변 약산에 핀 진달래만큼이나 북한산의 진달래도 만발했습니다.

한 곳에 모여 확 피는 벚 꽃과는 달리 여기 저기 흩어져 은은하게 산을 장식합니다.

진달래들이 우리를 환영하기 위하여 줄 서있습니다.

땅의 기운마저 따스합니다.

슬슬 올라가볼까요!


커다라 바위들이 흩 뿌려져 있습니다.

장애가 되는 바위도 있고,

디딤돌이 되는 바위도 있습니다.

어떻게 있거나 피해가면 몹쓸 바위고,

밟고 가면 계단이 됩니다.


남의 도움없이,

힘겹게 온 몸으로 넘어야 하는 바위도 있습니다.


안 도와줘도 되는 데,

굳이 도와줘 가며 올라가는 바위도 있습니다.

이 건 바위 탓이 아니라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 우리는 전문용어로 이렇게 말하지요.

'야ㅡ, 속 보인다'


까마득한 계곡으로 치솟은 바위에

개미 같이 사람들이 서있습니다.

북한산 숨은 벽입니다.

언제나 다른 편에서만 보다가,

이 편에서 보니 산이 달라보입니다.

역시 산이나 세상이나 이리 저리 돌아보아야 합니다.


조각 배같기도 하고,

고래같기도 하고,

고구마같기도 하고,

물개같기도 하고,

상상하기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진 바위에 앉아 친구 셋이 쉽니다.


옆에 난 하얀 갈기머리만 아니어도 10대 소년같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데 이 친구가 그렇습니다.

항상 소년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지요.

철이 덜 들었다고나 할까요?

아, 같이 노는 너희들은 어떠냐고요?

그 물에 그 나물이라고 우리도 그런 것같기는 합니다.


오늘 우리의 잔치입니다.

서울 막걸리가 몇 통,

예산 신암막걸리가 몇 통,

나물담근 술이 하나,

그리고 온 갖 안주에 밥이 쌓였습니다.

산넘고, 개울넘고, 바위넘고,

2시간을 북한산을 오르내리니,

세상의 어느 반찬보다 밥 맛있게 하는 시장이라는 반찬도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잔치는 언제나 진수성찬일 수 밖에 없지요.



숨은 벽을 지나, 호랭이 동굴과 백운대를 옆으로 지나

백운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랫만에 산장에 왔습니다.

준비했던 산장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나오니 산장 보존을 위한 사진전이 열립니다.

입구에는 산장 보존을 위한 사인첩이 놓여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 쉬고 구조도 하는 이 곳이 언제까지나 산장 어머니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돌고 돌아 다시 하루재로 왔습니다.

뭐야~

하루 종일 고생하고, 밥먹고 산을 넘었는 데 제 자리야!

이런 산행만 그런가요?

결국 사는 것도 그렇지요.


산행을 마치고 통나무 집으로 다시 왔습니다.

만성웅과 그의 어부인, 조성렬이 뒤풀이에 참가했습니다.

3학년 14반 담임이셨던 김욱현 선생님, 성함보다 별명이 더 유명하신 '빨래판'을 모셨습니다.

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좀 느끼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