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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교역 재개의 의미

 (18-3) 남북교역 재개의 의미

 

한반도가 둘로 나누어 졌다. 그리고 양 측은 서로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누구도 통일의 당위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회복시켜야 할 영토와 국민이 있다. 이 것은 국가의 의무이고, 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통일은 폭력적이 아닌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상호 절대적 파괴를 의미하는 현대 전쟁에 의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는 서로를 인정하며, 주변 국가의 협력을 받는 평화가 먼저이다. 한반도에서 평화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재개될 남북교역은 위협받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한 주민의 복지와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세 가지 의미를 갖게 된다.

 

1. 남북관계 이중성 해소

판문점에서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의 회담을 보면서 남한 사회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북한을 못 믿고 여전히 우리의 적이라는 집단과 마치 내일이라도 북한에 관광을 가서 서로 껴안고 통일을 외쳐보고 싶어 하는 집단이었다. 우리는 북한을 적대적인 반국가 집단이라고 보는 시선과 핏줄을 나눈 하나의 민족이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통일과 평화를 보고 있다. 1945년 남북이 분단된 이후, 19506.25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한반도의 분단 상태는 확고해졌다. 6·25 전쟁은 1953727일에 정전협정을 통해 중지됐지만, 그것은 이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전 상태에서 남한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대방이라는 이중성있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 6·25 전쟁 이후 오늘날까지 남북관계는 갈등과 대결, 대화와 협력이 공존하는 다시 말해서 분단과 6·25 전쟁 이후 남북관계는 한편으로는 갈등과 긴장을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와 교류를 한 축으로 하면서 이 두 축의 성격이 순차적으로 교차하거나 역설적으로 공존하는 가운데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 냉전 체제와 한반도의 남북 분단구조가 조우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 한반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냉전 체제가 해체돼 세계가 탈냉전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분단구조는 여전히 자생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이중성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온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한반도의 이러한 비극적이고 특수한 현상은 남북 분단 이후 남북관계가 진행돼 온 역사적 과정, 북한의 퇴행적 체제,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과 영향력 등을 감안해야만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분단의 특수 상황, 즉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와 민족 내부 관계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면서, 남한과 북한은 1991년에 유엔에 동시 가입해 국제사회로부터 주권을 가진 국가로 인정받았다. 이는 국제법적으로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실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로 보면 북한은 남한의 안정과 발전을 위협하는 존재이지만, 민족 내부의 문제로 보면 서로 보듬고 발전을 이루어야 할 존재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북한은 여전히 남한의 주적이고, 남한도 북한의 주적이다. 하지만 헌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남과 북은 국가 간 관계이기 이전에 하나의 국가 혹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헌법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 이후 남북한의 경제교역 재개는 갈등과 대결을 불러일으키는 양 측간의 제도적, 군사적, 정치적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 이제는 남북한은 서로 타도해야할 존재에서, 평화적 공존을 위해서 서로의 발전을 도와야 하는 존재로서 인식하게 된다. 이제 남북한은 남북관계를 갈등과 상호 파괴를 주 목표로 하는 국가간의 관계로 보기보다는 상호간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지향하게 되었다. 북한과 우호관계가 형성되면 지난 80여년동안 제한적 교류만 해왔던 제한이 풀리고, 거의 전 부분에서 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남북한의 교역이 적대적 관계일 때 상호 교환할 수 있는 품목은 극히 적었다. 겨우 해야 북한의 집약적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섬유산업, 또는 단순한 조립형태의 위탁 가공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자동차, 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의 남북한 반출입이 가능하게 된다. 장기 비전을 갖고 상호 발전의 밑바탕이 다져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2. 독립변수로서 남북교역의 부상

나에게 스판덱스와 고무사를 공급하던 거래처 한 분이 개성공단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여,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이제는 막혀서 가지 못하지만, 개성공단에 다닐 때도 남북 정치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늘 불안했다. 남북한의 정치인들은 갈등이 생기면 마치 버리는 패라도 되는 것처럼 개성공단이나 남북 경제의 축소를 들먹이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번에 한반도에서 핵문제가 해결되고, 평화가 오면 남북교역은 안보를 빌미로 한 정치의 종속변수에서, 경제발전을 통한 남북한 주민의 복지향상이 독립변수로 부상하게 된다. 남북은 분단된 이후 경제적으로 서로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정치는 항상 대립적인 국면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남북 교역은 남북한의 정치적 관계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루어져 왔다. 1988‘7·7 선언으로 시작된 남북교역은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1991년에는 1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19933월부터 1차 북한 핵 위기가 발발하면서 1993년에는 오히려 1992년보다 줄어들었다. 199410월 미·북 제네바 합의로 북한 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정부가 그간 유보해오던 남북경제 협력을 활성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 기업의 대북접촉은 다시 활기를 띄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1차 활성화 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1994년부터 1995년 사이에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등 세부행정절차들을 마련하여 기업의 실질적 대북 투자진출을 도왔다. 그러나 남북교역은 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형편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미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민간 기업이 남북경협을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판단, 추진하도록 한다는 대북정책 기조 하에 남북경협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때까지 일부 품목에 한해 대북투자를 허용하던 포지티브 리스트방식을 네거티브 리스트방식으로 바꿔 대북투자 분야를 전략물자산업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분야로 확대했다. 그 이후 한동안 확대일로에 있던 남북 경협은 3대 경협사업(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연결)과 위탁가공교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강산관광객 피격사망사건 및 5.24조치의 발효로 인해 2015년 현재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상태에 놓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개성공단마저 갑자기 철수하며 문을 닫았다. 사실상 모든 남북 교역은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남북교역은 늘 발전의 문턱에서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줄어들거나 막히는 사태를 반복하였다. 그 와중에서 개성공단에 투자 진출하였던 기업이나 북한에서 물자를 반입하던 개인무역상들은 큰 손해를 보며 손을 털어야 했다. 특히 정치인과 연관되어 사업을 했던 사람들은 더욱 피해가 컸다. 다만 정치인들의 표 얻는 겉보기 남북 협력에 이용만 당하고, 팽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정치보다는 경제적 협력이 주된 협상에 오르고, 남북한 주민의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 주변의 4개국 미국,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관심사도 평화보다는 통합된 남북시장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한반도를 보아야 된다. 그렇게 되면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던 남북 안보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남북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서 독립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앞으로 남한 정치에서 주된 이슈였던 안보보다는 남북한 교역을 통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얼마나 노력했고, 성과를 냈는가가 중요한 공약 사항이 되야 하기 때문이다.

 

3. 한반도의 재해석

반도(半島, peninsular)의 사전적 정의는 주위가 거의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의 돌출부를 말한다. 그러나 반도의 지정학적 해석은 단순한 육지와 해양의 분포와 배치를 넘어서게 된다. 국가의 위치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환경(지리)결정론적 지정학은 지정학의 초기 발달단계부터 지정학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고,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반도의 끝인 변방이고, 한반도의 위치적 특성 때문에 우리 민족은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숙명론이 있었다. 이러한 숙명론은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 미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 세력이 마주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를 묘사한다. 대륙세력은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해양세력은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한반도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제약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패권확장을 위한 교두보와 길목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과 물자와 문화가 모여서 흩어지는 중추 ’(hub) 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가 지정학적 기회가 되느냐 제약이 되느냐는 반도의 유불리함을 어떻게 경영하는 가에 달려있다. 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근시안적 안목으로 나라를 경영한다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각축장이 되어 끊임없는 갈등에 노출되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반도가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가는 관문 , 해양과 대륙을 이어주는 가교로 인식하면 전쟁과 고난의 위치라기 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기회의 마당으로 인식할 수 있다

 
 
 
 
 
 
 
 
 


 
남북경제 교류가 시작되면 끊어졌던 남북 간의 물류흐름이 이어진다. 당연히 남한에게 닫혀있던 만주와 시베리아로의 길이 열리고, 북한에게 닫혀있던 태평양과 동남아로 길이 열린다. 이제 한반도는 대륙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며, 해양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대문 시장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등에서 온 보따리 무역상들의 주무대였다. 거리의 간판도 한글만큼이나 러시아어도 많았다. 그런데 항공요금이 비싸지고, 개인당 휴대물품의 무게를 대폭 줄이면서 이들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철도를 통한 러시아 연해주, 몽고, 중앙아시아로의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이 지역의 소규모 무역상들도 다시 나타날 것이다. 통일부에서는 남북간의 물류 운송로 개통을 가정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3대 벨트를 발표하였다. 3대 벨트는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서해안산업·물류·교통 벨트 ▲비무장지대(DMZ) 환경·관광벨트다. 문재인정부의 구상은 3대 벨트를 구축, 한반도 신성장동력 확보와 북방경제 연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3대 벨트 ▲남북한 공동 시장 ▲남북경제협력 재개 ▲남북접경지역 개발을 통해 경제통일을 먼저 이룬다는게 구상의 핵심이다. 3대벨트 구상이 실현되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두 시장의 흐름을 연결시켜주는 중심이 된다. 남한은 북한에게, 북한은 남한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한다. 2500만명의 북한 시장뿐만 아니라, 1.1억명의 동북 3,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에도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어림잡아도 2억명이 넘는 시장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한국은 누가 뭐래도 동북아 전체 시장의 구심점이 되고, 중심축이 된다. 한반도의 시선은 한반도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부산항과 목포항을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바깥을 넓게 보아야 한다. 일본, 대만 그리고 중국 상하이지역의 수출 물량은 한반도를 통해서 유럽과 러시아로 보내는 것이 빠르고 저렴해진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랜드브리지 (Land Bridge) 로서 세계에서 가 장 큰 대륙인 유라시아와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을 결합시키는 중심지가 된다. 해상무역의 종착지였던 남한은 이제 해상-대륙 무역의 중심지가 된다. 대륙과 해양의 끝이었던 한반도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