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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무역결제는 시간 개념이 다르다

 

 

비트코인이 아직 무역 결제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왜 그럴까?

비트코인은 일반적이고 단기적인 결제 수단으로는 적합한 면이 있다. 하지만 실물 경제와의 시간적 개념 차이 때문에 신용장, 환어음이나 전신환 송금(T/T)처럼 무역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트코인은 은행 수수료를 아껴준다


비트코인을 대안화폐라고들 하는데 돈은 ①지불성 ②가치저장수단 ③계산의 척도라는 기능 3개를 갖춰야 한다. 비트코인은 이 3가지를 어느 면에서는 모두 만족시킨다.

①지불수단으로 미국.일본의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곳이 늘어난다. 실제로 은행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②가치저장수단이라는 기능은 채굴의 한계성과 희소성이 부각되며,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증하며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는 인정받는 듯하다. ③계산의 척도라는 기능도, 비트코인이 물품의 구매에 사용되어 가격을 매길 수 있기는 하다. 단, 계산하고 바로 지불하는 경우에만 통용된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할 가능성을 높게 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무역결제 통화로 사용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야로 꼽는다. 현재의 무역결제에서는 신용장 결제일 경우 그 수수료가, 은행 송금일 경우에는 송금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때 신용장이나 은행 송금 대신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을 통한 무역대금 지불시 포함되는 수수료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환율 스프레드이다. 이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외환을 살 때와 팔 때의 환율 차이인데, 이는 매입환율과 매도환율의 차액을 말한다.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된다면, 외화로 환전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 또한 제로가 된다고 한다. 물론 비트코인이 일반적인 결제 수단이 된다는 전제하에서이다. 현재 은행을 통한 국제 송금은 수수료가 꽤 높다. 그래서 가장 믿을만한 무역 결제 수단인 신용장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비트코인 환전소가 다수 설립된다면 경쟁이 벌어져 수수료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비트코인 결제를 채용한 무역업자는 경쟁상에서 가격 경쟁에서 다소 유리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비트코인같은 가상 전자화폐가 무역 결제에 수단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 것은 전자 화폐와 무역 결제 수단이 필요한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무역결제는 시간개념이 다르다

 

전자 화폐 : 거래주기는 전자 정보의 이동 속도, 이론상 1초에 수만 번도 가능
무역 결제 : 계약에서 결제까지 적어도 한두달에서 길게는 1년이상도 걸림

1997년 IMF가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수리남에 철강을 수출하였다. IMF가 나기 직전의 환율은 850원을 오르내렸다. 그 때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 수출 계약을 했다. 그리고 선적할 시점이 되니 환율이 1800원까지 올랐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는데다, 환율이 두배로 뛰어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다시 수출 계약을 하는데 1900원에 계약을 더 큰 금액을 하였다. 사실 1900원도 그 당시에 속으로 바이어에게 무척 미안해하며 계약한 환율이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30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였지만, 난 보수적으로 1900원에 한 것이고, 바이어의 입장에서도 850원에 수입하던 것을 무려 절반의 가격에 수입하니 무척 기분이 좋아했다.

그런데 막상 선적하려는 시점이 되니 환율이 떨어져 1300원까지 떨어졌다. 달러당 600원을 손해 보았다. 결국 7-8개월동안 일은 열심히 했지만, 탁탁 털고 나니 빈 손이었다. 그야말로 1년 사이에 나는 땅에 있다 천당으로 올라갔다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나는 제자리로 돌아와 다행이었다. 환율이 오르는 시점에서 수많은 수입상이 망했고, 환율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수많은 수출상이 망했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은 무역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마진폭보다 큰 변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환리스크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들이 환차익을 보고자 하였다가 큰 손해는 물론 몇몇 중견기업이 부도사태를 냈던 KIKO도 환율 변동이 무역회사들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를 절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리스크 관리의 기본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 볼 기회를 포기하는 대신에 잠재적인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환율 안정성이 수수료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보다 더한 위험을 무역업자들에게 보여준다. 현재 무역의 기축 통화인 달러나 유로의 변동폭이 크다지만 하루 1-2%만 변해도 엄청나게 변한 것이다. 달러나 유로는 정부의 개입으로 어느 정도는 안정성을 갖추었다.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 등 제 3국의 화폐에는 사람들이 믿을 만한 안정성이 없다. 그래서 기축통화가 못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30-40% 변하는 일이 잦다. 상하 변동폭의 제한도 없다. 변동폭을 조정해줄 정부도 없다. 그리고 거래 주기가 빛의 속도로 변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역 거래는 계약을 하고 일부 선금으로 보내고, 두어달 후에 물건이 완성되어 배에 선적하고, 이 배가 태평양/대서양을 건너 항구에 도착하는 데 한 달이 걸리고, 그 물건이 통관하고 소비자의 손에 도착하기 까지는 아무리 가벼운 소비재라도 보통 6개월은 걸린다. 이 6개월 사이에 비트코인처럼 환율이 변동한다고 가정해보자.

비트코인의 가치가 30% 오르면 수입자가 망할 것이고, 떨어지면 수출자가 망한다. 늘 둘 중에 하나는 망하게 된다. 이처럼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비트코인을 무역에 사용한다면 무역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에 자기 운을 전부 맡기는 '모 아니면 도'의 사업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1초에도 수없이 바뀌는데, 비트코인의 가치로 가격을 매긴 수출 제품의 6개월 뒤 가격을 예측할 수는 없다. 내가 10달러에 1비트코인을 사서 가격표에 설렁탕 한 그릇 1비트코인이라고 쓰여 있는 식당으로 갔다. 잘 먹고 1비트코인을 지불하려니 밥 먹는 사이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바뀌어 식당 주인이 2비트코인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무역회사로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무역하는 사람과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의 시간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12/201712133415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