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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속성과 해외시장

제품 전략이 수출의 성패를 가른다


그냥 국내에서 만들던 물건을 해외에서 팔면 안될까?
왜 산업제품은 표준화가 유리하고, 소비재는 현지화가 유리할까?

 

 

 

제품의 속성과 해외시장
'카테오라의 국제 마케팅'에 의하면 제품 구성요소는 위의 그림과 같이 되어있다. 그 중에서 핵심요소에는 제품플랫폼(제품 그 자체), 디자인 속성과 기능적 속성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하나의 제품이라고 해도 위의 구성요소들, 심지어는 핵심 구성요소마저도 나라마다 달라질 수있다.
내가 팔았던 발가락양말은 한국에서는 무좀양말이라는 기능적 요소가 중요했지만, 핀란드에서는 패션적 요소가 더 중요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양말이 양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내가 처음 핀란드와 독일에 발가락 양말을 팔 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한국에서 팔듯이 발에 무좀이 있는 사람들이 발가락 사이가 간지럽지 말라고 신는 양말로 색깔은 검정색과 짙은 푸른색, 그리고 회색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유럽의 바이어들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일단 검은색과 흰색을 섞은 줄무늬, 흰색과 빨간색을 섞은 줄무뉘, 짙고 옅은 분홍색의 줄무뉘 등 다양한 색상을 넣은 발가락 양말을 원했다. 그들은 발가락양말에서 패션적인 요소를 찾아낸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 15년이상 필맥스라는 브랜드로 발가락 양말을 팔면서 무좀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열손가락도 되지 않는다. 이후 유럽에서는 패션이나 참숯, 비단, 쿨맥스 등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운동성 향상의 속성이 추가되었다.
똑같은 모양이지만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팔리는 발가락양말과 핀란드에서 팔리는 발가락양말은 핵심적인 속성부터 아예 달랐다. 제품 플랫폼은 같지만, 나머지 속성은 아래의 표와 같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유럽과는 또 달랐다. 소수의 사람들은 발가락 양말을 알고 있었다. 내가 미국에 진출하기 50년전부터 이미 미국에서 발가락 양말을 만들어 판 적이 있다는 바이어를 만나기도 했다. 발가락 양말은 장갑기계에서 나오고, 장갑기계의 원조는 독일이다. 그런 연유를 따져본다면 그 바이어의 말은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발가락 양말의 용도는 발의 보호, 패션, 기능성이 아닌 순전히 재미용이었다. 무슨 축제나 파티가 있을 때 아주 새침떼기 여고생이 은근히 알록달록한 자기의 발가락 양말을 보여준다. 그럼 사람들은 그 발가락을 보며 웃다가 죽는다.
이런 이야기가 드물지만 아주 드물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funky(파격적이며 웃기는) style'이다. 이럴 경우 미국에서 평가되는 발가락 양말은 의류소품이 아닌 파티용품으로 분류되야 한다. 그리고 품질의 평가 또한 달라져야 한다. 품질을 두 가지로 나눌 수있다. 지각된 품질과 성과품질이다.

 

 

 

미국은 발가락 양말이 한번 웃고 버리는 파티용품이었기에 양말로서 발의 편안함이나 패션등은 그리 크게 구매 동기가 아니다. 따라서 면으로 된 양말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와는 달리 색상이 선명하게 나오고 값이 저렴한 폴리양말이 주종이 이룬다.
물론 나의 예가 아주 독특하고 전무후무한 예가 아니다. 과거 (주)대우가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 때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 너무 추운 추운지역에서 얼지 않는 용도로 팔았던 적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팔려고 한다면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려야 한다. '정말 내가 팔려고 하는 제품이 무좀양말 맞어?'
일단 제품의 속성과 해외 시장에서 판매 가능 포인트가 맞는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대비 품질을 이룰 것인지의 문제 또한 쉽지 않다. 위와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제품의 평가방법, 그 중에서도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클레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품질적 요소에서도 같은 평가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의미에서 단순한 물리적 실체이상이다. 흔히 제품의 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하고 싶은 '가치'에 대한 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예처럼 제품이 필요로 하는 본질적 속성자체를 달리한다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어떤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여 수출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재는 소비재와는 또 다르다. 각 나라마다 필요로 하는 구매자의 욕구가 별 차이가 없다.

처음 사업에 실패하고 한동안 이천의 화장품 기계공장에 해외 영업담당으로 다닌 적이 있다. 화장품 기계를 북경, 방글라데시 등에 판매하며 동남아와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였다. 그런데 이때는 제품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 때의 주된 판매포인트는 얼마나 많은 화장품을 고장없이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의 문제였다.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그냥 한국에서 팔듯이 거의 모든 외국에서 팔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전기가 220v 혹 110v, 60hz 혹 50hz등 약간의 제품 변경이 있을 지언정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대만바이어와 독점계약을 맺고 북경전시회에 참가했을 때도 한국에서 생산되어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되던 사양 그대로 튜브충진기를 만들어서 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기계를 돌리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장품 튜브를 보여주었다.
산업재는 소비재와는 달리 구매자의 가치라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 이 기계를 사서 소비재를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기간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기간이라는 개념은 소비재와는 달리 분명하지  않다. 산업재는 때로는 기계 그 자체로 인한 이익과 마찬가지로 부품의 판매, 설비의 유지 보수 또는 연관 기술의 판매 등 보이지 않는 요소들로 인한 이익이 더 클 때도 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10/20171025338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