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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장의 생각

국제 무역과 금융의 관계 (조세일보 기고)

  • 보도 : 2016.12.07 08:30
  • 수정 : 2016.12.07 08:30
  • 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의 무역거래규모는 약 37조달러이다. 그런데 2013년 BIS의 발표를 보면 전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모는 5.3조달러, 연간 1934조 달러이다. 외환 거래액이 무역거래액의 약 52배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규모는 하루 평균 약 475억달러로, 2013년 총 수출입 총액 10,751억불을 365일로 나눈 금액을 하면 약 22배가 된다. 이제 경제라고 하면 쌀이나 반도체가 어디서 어디로 얼만큼 움직이는 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돈이 어느 만큼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 가를 말하는 현상이 되었다.

     

     

    그림

    위의 그림은 국제 금융위기시 국제무역 또한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받았는 지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별개처럼 움직이던 금융과 무역이 금융위기의 발발시 전 세계의 무역이 전년대비 무려 40%나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큰 폭의 감소를 보여주었다. 무역과 금융이 서로 아주 깊이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을 하는 사람은 증권이나 금융이 나하고 아주 별개라고 생각하며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본래 화폐와 이를 매개로 한 금융경제는 실물, 즉 쌀이나 그릇과 같은 실제적인 물건의 원활한 흐름을 돕기 위하여 생겼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화폐 양의 크기는 실물생산량보다 작거나 같아야 정상이다.

     

    실물 본위 화폐 즉 금본위제도라든가, 은본위 제도등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 화폐량은 자국이 보유한 자원의 양이 최대 한계였다. 1972년 이전에는 미국이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달러를 기본으로 한 환율체제를 유지할 때는 미국이 보유한 금의 양이 전 세계의 통화량을 정했다. 하지만 세계 무역량의 확대는 미국의 달러에 대한 수요를 요구하였고, 미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하였다. 이를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라고 한다.

     

    브레튼우즈체제 붕괴이후 미국에서는 4조달러이상의 누적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되었다. 4조달러가 넘는 대미 무역흑자를 낸 국가들은 마치 어마어마한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돈을 찍어냈다. 세계는 금융 유동성이 넘쳐나고, 이러한 과도한 유동성은 과잉투자를 허용하고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소비를 부추겼다.

     

    이런 실물본위제도가 무너지고, 화폐의 양이 터무니없이 커질 때 전체 경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금융의 성장은 실제와 실제가 아닌 것의 분리를 불러왔고, 이제와서는 실제가 아닌 것이 실제인 것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물 경제는 장기적인 흐름을 가지고 움직인다.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할 때는 보통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쉽다. 실물은 가장 빨라야 비행기의 속도로, 보통의 경우는 배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반면에 자본은 촘촘히 엮여있는 은행 전산망을 통하여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해도 핀란드의 바이어가 돈을 보냈다는 팩스를 받으면 1주일정도 기다렸다가 은행에 갔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외환통장에 바로 들어온다.

    그렇지만 금융은 역시 실물을 기반으로 하여 움직인다. 그 기반이란 실물에

    투자하였을 때의 수익률이다. 금융이 잘 돌아가려면 적당한 양의 화폐와 기분 좋을 정도로 수익률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실질경제의 50배가 넘는 돈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보지만, 과잉 투자 및 과잉 생산된 세계에서 괜찮은 수익률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자본은 실물이 아닌 돈 그 자체에서 이익을 내려고 하기 시작하였고, 그게 환투기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전망에 대한 정보나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의 주가변동이나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나 전망을 읽어내어 투자를 결정하는 '기술적 매매' 또는 '모멘텀 투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모멘텀 매매는 내재한 본질적 가치, 즉 펀더멘탈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의 금융위기처럼 한 나라의 위기가 다른 나라의 환율의 변동이나 금융위기로 번지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과거에는 태풍에 조금 큰 파도가 일었다면, 요즘은 태평양 건너편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갑작스레 쓰나미가 몰려오곤 한다.

     

    금융의 변동성은 실물에 비하여 매우 크다. 예를 들면 필맥스 발가락 양말을 만드는 비용은 잘 변하지 않는다. 면사의 가격 + 스판 가격 + 고무사 가격 + 공장 편직료이다. 한 번 정하면 거의 1년은 간다.

     

    그렇지만 수출가격은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환율이 변하기 때문이다. 환율은 양국간의 통화 가치 비교라고 하는 데, 한 나라의 통화 가치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상대로라면 양국 화폐의 교환가치도 쉽게 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수시로 변한다.

    2008년에 발생한 갑작스런 무역의 붕괴 또한 마찬가지다. 실물경제 쪽에서는 소소한 문제가 있지만 그런대로 조용히 굴러갔지만, 거대한 쓰나미가 실물 무역을 덮친 셈이다. 그리고 그 쓰나미에 '악'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사라진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다.

    내가 무역을 잘 한다고 앞으로도 계속 무역을 잘 할 것이라는 장담을 할 때는 지났다. 무역을 잘 할려면, 최소한 망하지 않으려면 주식투자나 환투기를 하지 않더라도 세계 금융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장사를 하다보면
    날 벼락맞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어떤 분은 일본에 수출을 하였다가 후쿠시마 지진이 나는 바람에 일본 바이어가 휩쓸려가 망했다는 말도 들었다.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이다. 이제는 일상화된 금융위기도 그렇다. 차라리 소소하게 변하는 환율은 일시에 불어닥치는 금융위기에 비하면 참고 버틸 수 있는 위기이다. 고작해야 몇 만불에 벌벌떠는 실물 경제의 저 바닥인 구멍가게 양말 수출상으로서는 한 번에 수억불을 말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할 때가 많다.


    대학 4학년때에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코트라, 삼성물산등 종합무역상사와 증권회사 중 어디로 가야하는 지 교수님 몇 분에게 여쭈어 보았다. 그 중 다수의 교수님들은 '그래도 실물경제로 가야지'라고 대답해주셨다. 그 때는 그게 맞는 것 같았고, 내가 가고 싶은 분야로 갔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다 무의미해 보인다. 서로 얽히고 섥혀서 무엇이 진짜 인지 구별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금융부분이 더 진짜 경제인 것같고, 실제로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인다. 이 정도 장사했으면 양말 쪽은 좀 안다고 해도 될 것같은 데, 난데 없는 허상들이 자꾸만 이 시장도 뒤집어 놓곤 한다. 그 덕분에 1997년 IMF이후 나의 사업은 기회를 잡았었다. 이제 금융위기의 최종판이 오고 있다는 말이 많이 돌고 있다. 나도 한 판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라는 강한 느낌이 온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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