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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무역에서 인터넷은 적도 아군도 아니다

인터넷은 나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피해가 될까? 결론은 이익도 피해도 주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다. 모두의 친구는 아무의 친구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두의 이익은 누구의 이익도 아니다.

 

 

나의 경쟁자는 내가 무엇을 하는 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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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이제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문명의 도구이다. 그 도구를 모두 잘 활용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어떤 계층보다 인터넷을 많이 활용할 것이다.

우선 시장의 동향을 알기 위하여 검색을 한다. 구글이나 야후를 통하여 검색을 한다면 양말시장에 대하여 필요한 정보는 웬만큼 얻을 수 있다. 예를들어 '+양말+뉴욕+어린이'라는 검색 연산자를 쓴다면 아주 구체적인 시장 자료까지도 얻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나의 경쟁자에 대한 정보도 같은 방법으로 구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인터넷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홍보방법의 하나로 키워드 광고를 꼽는다. 하지만 내가 낸 키워드 광고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나의 잠재 소비자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자이다.

경쟁자들은 항상 자신의 경쟁자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인터넷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지지 않는다'는 손자병법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를 감추며 장사할 수는 없다. 나를 감추는 순간 나의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잠재 바이어들도 나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금언과 마찬가지로, '검색되지 않는 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아주 유효한 말이다.

이제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이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있는 시대이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 남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만큼, 내 정보도 알려져야 하는 게 인터넷 경쟁의 기본이다. 내가 얻는 만큼, 남도 나에 대한 정보를 찾아간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구하기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구하기만 하고 노출되지 않는다면, 난 아직 그들의 경쟁자가 아닌 셈이다.

 

 

거래선을 찾기도, 바꾸기도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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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이전에 내가 바이어를 찾으려면 일방적이었다. 해외 전시회를 나가거나 해외 매체에 광고를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바이어가 나를 찾을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큰 노력도 필요치 않다. 그저 온라인에 홈 페이지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된다.

나는 1997년 홈 페이지를 만든 이후는 여러 명의 바이어를 만났다. 그때 만난 바이어들과 여태 거래하고 있다. 그들이 온라인으로 검색을 하고,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만났다. 핀란드 바이어의 경우는 수도 헬싱키에서 4시간 차를 타고 가는 인구 수백명 정도의 면 소재지에 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찾아낸 그의 집은 그 사무실로부터 5-6킬로미터는 떨어진 촌 구석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만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터넷이 고마웠다.

그렇게 비즈니스를 하고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상황이 거꾸로 되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쟁자들이 내 바이어를 찾아내 그들에게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홍재화'보다 양말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이 핀란드나 독일 바이어에게 보낸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다른 메이커가 어떤 제안을 해오던지 계속 거절하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이런 일이 나한테만 벌어질 리가 만무하다. 모든 무역 거래자의 입장에서 보면 같다. 내가 나의 바이어를 감추기 어려워졌고 남들은 나의 바이어를 찾아내기가 쉬워졌다.

마찬가지로 바이어들은 손쉽게 해외 판매자들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수입자나 수출자는 기존의 거래선을 제외하고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기가 쉬워졌다. 대안이 없을 때야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래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새로운 대안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거래선을 쉽게 바꾸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쉽게 찾아낸 새로운 잠재 거래선의 비즈니스 성향을 100%는 아니더라도 70-80%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일이 비틀어지면 바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선다. 나도 바이어를 찾기 쉬워졌고, 바이어도 다른 공급선을 찾기 쉬워졌다. 그래서 거래가 오래가지 않는다. 서로 아쉬워해야 할 부분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제품수명주기가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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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그리고 쇠퇴기를 지낸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그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하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이 정보는 경쟁자에게 바로 들어간다. 경쟁자들은 더 나은 짝퉁제품을 순식간에 내놓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주 가벼우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크록스 신발의 경우 카나다에서 발명된 후 큰 히트를 쳤다. 그런데 그 제품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카나다 오리지널이 아닌 중국에서 만든 짝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굳이 크록스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만들어내는 아주 저급한 신발이 되버렸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는데 소리소문없이 자기 제품을 홍보해주거나 수출해줄 수있냐고. 그럼 난 그들에게 말한다. 짝퉁을 겁내지 말고, 특허를 믿지 말고, 내가 신제품을 개발했으면 짝퉁이 나오기 전에 새로운 제품을 더 만들어 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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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사하다보면
인터넷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홈 페이지를 만드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냥 대충하면 안 된다. 아무리 긴 프로그램이라도 토씨하나 따옴표 하나만 틀려도 모양이 영 이상하게 나온다. 컴퓨터는 곧이 곧대로 이다.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 이베이나 아마존에 무엇을 올리려 해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해야 한다. 뭐,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있다. 인터넷이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지만, 실제로는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난 인터넷은 비즈니스에서 중립적이라고 보는 편이다. 솔직하자면 인터넷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해왔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너무 경쟁이 심해져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분명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는 인간이 감내할 만한 속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럴까? 그래도 계속 장사하려면 어떻게든 두 눈 부릅뜨고 버텨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03/20170315319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