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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정치와 무역은 한 통속이다

정치와 무역은 한통속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며 미국과 전쟁이라도 할 듯하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사드로 막을 수 있다고 대응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중국에 북한 좀 말리라고 압박한다. 중국은 하려고 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은 중국이 하는 척만 하고 안한다고 섭섭해 한다. 심지어는 여름 휴가중이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일시 복귀하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와 강제적 기술이전 요구등 부당 무역행위를 조사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북한 핵에 더 강한 협조를 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불만으로 무역제재를 시행한다.

 

무역의 발전과 후퇴는 국제적인 전쟁과 평화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 무역의 역사에서 전쟁 물자, 무기 거래 그리고 이에 따른 폭력과 강압은 늘 있어왔다. 때로는 정치가 무역의 성장을 결정했고, 때로 무역이 국가 간의 갈등과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금도 미국의 트럼프가 끊임없이 중국의 시진핑에 무역등 통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이러한 무역과 정치의 관계가 있어서이다. 아무리 미국이 군사력으로 북한이나 중국에 비하여 월등하지만, 모든 것을 전쟁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직접적이며 확실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을 무역으로 보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서로가 서로의 무역 상대국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지금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불만을 무역으로 해결하려하고 있고, 중국은 정치.경제는 정치.경제로 풀고 무역은 별도의 해결 방안을 강구하자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꼭 그렇게 무역의 분리를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이 바로 자신들도 정치.경제 문제를 무역으로 해결하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세영이 지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있다. 작가 오세영은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어느 날 서점에 들어갔다가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는 이 책을 보고 사서, 그 주말에 3권을 모두 다 읽었다. 옛날에 꽤나 많이 들어본 책이라는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오세영의 구텐베르크의 조선,원행,창공의 투사를 일부러 찾아서 읽었다. 임진왜란시 왜군의 포로로 일본을 끌려간 개성상인의 아들 유승업은은 강제노역을 하던 승업은 우여곡절 끝에 일본을 탈출하여 이탈리아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름을 '안토니오 코레아'로 개명하고, 베니스 델 로치 상사의 창고 서기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개성에서 배운 복식부기와 타고난 상인기질을 살리면서 성공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몰입하였다. 직업적으로도 비슷하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가 하는 무역에 관한 일들이 내 입장에서는 실감이 나기도 하고, 몇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일도 있고, 게다가 스케일도 크다보니 읽는 재미와 더불어 유승업과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어갔다. 하지만 온전히 유승업 개인에만 집중된 것도 아니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무역의 용어들이 나온다. 물론 요즘과는 상황이 매우 달라 거의 쓰지 않는 말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역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도 깨닫게 해주었다. 그 당시 베니스는 전 유럽 부의 상당한 정도를 차지하면서 무역의 전반을 좌지우지하던 곳이었고, 정치의 후면에서 전쟁의 자금을 대던 곳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웨덴의 대형 전함의 약점을 드러내게 하여 프랑스 해군의 갈레 선을 대량 수주하면서 무역상사 생활의 대미를 이끌어 낸다.

 

내가 이 책의 부제를 뽑는다면 바로 정치와 무역의 관계로 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베니스의 무역에는 항상 정치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럽 무역의 중심지인 베니스는 또한 금융의 중심지였고, 금융의 뒤편에는 항상 전쟁과 정치와 외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 더 긴밀해졌다. 그야말로 온 세계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몇 초 만에 다른 나라의 상황을 그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결국 무역하는 사람들 일 수밖에 없다. 이제 장사만 잘 한다고 사업에 성공할 수는 없다. 무역을 한다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무역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미국-중국-북한이 핵문제를 무역으로 풀려고 하는 장면을 보면 볼수록 국제 정치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