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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무역환경] 세계는 미국 무역적자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있을까?

세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가 해소되고, 세계 외환 시장과 무역거래의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해외 수출을 늘리는 도리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의 큰 폭 둔화를 수반하고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의 난제 중 난제가 되었다. 세계를 위하여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지, 미국을 위하여 세계가 달러를 받아들이는 지 혼돈의 상태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시장에 달러를 찍어내며 버티고 있지만, 세계는 미국의 달러 발행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1. 달러를 필요로 하는 나라가 없을 때까지

돈이 필요없는 나라가 있을 까마는 그래도 남의 나라 돈인 달러를 굳이 안 써도 자체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나라들이 있다. 바로 이미 경제가 발전하여 외국인의 투자 필요성이 적은 나라들은 그래도 달러의 필요성이 아무래도 줄어든다. 하지만 아직 국민들이 가난하고, 자원이 부족하고, 사회간접자본 (SOC Social overhead capital)의 건설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은 종자돈으로서 외국의 투자 화폐로서 달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초기에 외국 돈을 필요로 했기에 폈던 정책들을 돌아보면 된다. 1970년 일본에서 받아낸 대일청구권 자금’, 달러 환율 변동 제한, 수출 보조금 정책 등이 모두 경제 발전의 종자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돈은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피와 같다. 피가 온 몸을 순환하면서 골고루 영양분을 공급하듯이, 돈은 경제의 세부적인 부분을 돌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을 부추기고 부를 흐르게 한다. 나라도 돈이 없으면 경제를 흘러가게 하지 못한다. 자체적으로 자원이 없고, 제도가 발전하지 않은 나라들에게 달러 종자돈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달러 종자돈이 필요로 하는 나라는 OECD 최상위 몇 개국을 제외하면 지구상 모든 나라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는 자국 화폐의 안정성을 믿지 못하여 아예 달러를 국가 화폐로 쓰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들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그 커진 경제규모에 맞는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경우를 달러통용화 (Dollarization)이라고 한다. 달러 통용화는 두 가지 경우에 나타난다. 1) 자국의 경제가 불안정하고 화폐정책이 정착되지 않아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나 고()인플레이 계속되어, 화폐가 가치저장 수단 및 교환수단으로 달러가 사용된다. 초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중남미 지역에서 달러화 대체 경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바 있다. 2) 자체 화폐의 발행 없이 미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지정, 통용시키는 나라가 있다. 파나마가 그런 나라이다. 파나마는 미국과 통화 동맹을 맺고 달러를 공식 화폐로 쓰지만, 자국 사정으로 그냥 달러를 공식 화폐로 쓰는 나라들도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짐바브웨 등이다. 이처럼 자국화폐 대신 미국 달러를 도입하면 중앙은행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화폐금융 정책을 활용하지 못하지만, 대외신뢰도가 올라가면서 이자율이 안정되고 인플레 가능성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가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달러를 목말라하는 나라는 많다.

 

2. 무역거래를 달러로 하지 않을 때까지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량은 20164월 매일 평균 5.1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무역 거래로 이루어지는 달러환산 거래액은 33조 달러이다. 이를 계산하면 외환시장의 거래액은 무역거래로 인한 달러 수요량의 무려 40-50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처럼 실물 거래와 화폐 거래의 차이가 크더라도, 애초에 화폐는 실물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하여 나타났다. 실물의 가치저장과 교환수단으로서 역할을 하는 게 주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 거래의 기본 목적은 실물 거래인 무역에서 화폐가 사용된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 무역 거래 시 어떤 통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느냐의 문제는 수출입 기업들이 매출액, 대금지불총액, 이윤 등을 산정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무역 거래 시 결제통화로 상대국통화나 미 달러화를 주로 사용함에 따라 거래계약 시점부터 대금결제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환율변동 리스크에 상당부분 노출되게 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별로 경기회복 속도에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국가 간 해외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각국의 통화가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 거래 상품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통화를 결정할 때는 외환시장에서 거래비용이 낮고 유동성이 높은 통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의 달러와 유럽의 유로화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 간의 거래에서는 자국과 무역 상대국이 발달된 금융 및 외환시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결제에 있어서 제3의 매개통화로 달러가 사용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 만일 무역거래가 중국 위안화나 유럽의 유로화로 대체된다면 미국 달러와의 수요는 급격하게 줄거나 소멸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세계는 달러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국제 무역 결제비중은 20179월 기준 미 달러화(39.8%), 유로화(33.1%), 파운드화(7.4%), 엔화(3.1%), 캐나다달러화(1.9%) 등이다.

 

3. 달러 발행이 세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때 까지

인플레이션은 한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통화가 풀려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것이다. 지금 세계의 영향력 있는 큰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이 특히 그렇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이론대로라면 이미 세계는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하지만, 오히려 가격인하와 경기 하강을 나타내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다. 돈이 마구마구 찍어내는데, 오히려 돈의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돈을 더 찍어도 될 만큼 여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만일 미국, 일본, 중국이나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화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지금까지 양적완화로 돈을 인쇄하는 나라는 모조리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제 세계는 세계화가 진행되었고, ‘카지노자본주의는 빛의 속도로 돈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고, 한 번에 20만 톤씩 운송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은 상품의 이동을 얼마든지 저렴한 운송비에 가능하도록 했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의 기본 화폐인 달러는 미국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나라들은 달러를 기반으로 자국 돈을 발행했다. 아직 세계는 발전하고 있는 도중에 있다. 앵거스 디턴이 위대한 탈출에서 말한 것처럼 인류는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과거 수천 년의 세월동안, 운 좋게 죽지 않고 어린 시절을 넘긴 사람들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을 맞이해야 했다. 인류는 계몽주의 시대와 산업 혁명을 거치고 세균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한 이론을 발전시키며 생활수준의 엄청난 향상을 이뤄냈으며, 수명 역시 2배 이상 늘렸다. 경제가 발전하면 필요로 하는 화폐의 양은 늘어난다. 세계 경제가 발전할 때까지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필요할 것이고, 그 때까지 달러는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미 3조 달러 이상의 미국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다른 나라에 투자하거나 미국에 재투자함으로써 자국 내 인플레이션 유발을 보류시키고 있다. 세계가 더 이상 미국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은 세계 경제가 발전을 멈추고 뒤돌아서는 순간이 될 것이다.

 

4. 미국이 달러 발행을 줄이거나 그만둘 때 무슨 일이 생길까?

미국이 달러 발행을 줄이거나 중지할 만한 이유는 두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1) 미국이 정말 고립주의로 확실하게 돌아서 세계 경제와 관계를 끊고 자급자족의 나라로 돌아갈 때, 2) 미국 의 소비수요가 줄어들어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여야 할 때이다. 이럴 때 전 세계의 경제가 불황을 겪지 않고 현상 유지내지는 발전을 계속하게 하려면 미국이 하던 역할을 떠맡을 새로운 나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나라는 미국이 누리고 있던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특권을 넘겨받아야 한다. 세계 경제를 흐르게 하던 사람 몸의 혈액과 같은 을 공급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나라는 미국 이상의 소비 수요를 가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유로화나 위안화가 유력시된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정부는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만큼 세계 경제에서 위력을 발휘할 힘을 갖기를 원하고 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일단 통화량이 많아야 하고 유통성도 좋아야 한다. 유동성이 넉넉해야만, 전 세계 무역 거래에 사용될 수 있을 만한 풍부한 거래량이 보장돼야 한다. 화폐 가치 안정성도 확보돼야 한다. 글로벌 기축통화국의 경제가 튼튼하지 못하거나 화폐를 마구 찍어내다 보면 가치가 폭락하게 될 테니 널뛰기 변동성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의 화폐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 통화 역할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이고 그래서 망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소련과 경쟁하던 냉전 시대를 벗어나 미국이 군사력으로도 세계 최대 강국이 되고 있다는 점도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할 때 유로나 위안화가 대신할 수 있을까? 유럽은 중국처럼 단일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하려고 할지에 대한 토론조차 없다. 오히려 유로화의 명백유지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이 이런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지는 아직도 안개 속이다. 현재로 보아선 기축통화의 자리는 욕심나지만, 그 조건들에게 대해서는 이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보아선 앞으로도 오랫동안은 세계가 미국의 미국 무역적자를 용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책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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