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역환경

미중 무역전쟁, 세 가지 시나리오




트럼프가 미국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맞아라하며 허공에 쏘지는 않았다. 표적은 분명하다. 중국이다. 중국이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 전쟁에서 손해 볼 게 없다.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면 성공이고, 안되면 본전이다. 중국의 대미 지적재산권을 중국이 인정하면 성공이고, 안되면 본전이다. 하지만 시진핑은 더 이상 대미 무역흑자를 늘리겠다고 할 수는 없고, 잘해봐야 지금보다 늘리지는 않겠다고 해야 한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며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고는 안 해도, 지금처럼 세상에 알려진 카피캣의 나라로 계속 가겠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끝내는 방식도 트럼프는 이익을 보면 명분이나 이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나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가볍게 끝낼 수 있는 게 트럼프이다. 전형적인 협상가이면 장사꾼의 기질로 덤벼들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이익과 명분을 모두 챙겨야 한다. 적어도 새로운 중국 독재자로서 중국 인민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끝이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안다. 우선은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를 꾸며보았다.

 

1. 중국의 미국 지적재산권 인정

중국이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국제특허를 출원한 건수가 일본을 넘어서며 세계 2위 특허출원 국가가 됐다. 지난 40여 년간 미국은 넘볼 수 없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경제신문 인터넷 판(2017.3.23.)에 의하면 선장위(申長雨) 중국지식산권국 국장은 인민대회당 부장 통로에서 현재 중국의 특허 집약형 산업증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2.4%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선 국장은 최근 몇 년 간, 산업 구조 전환 및 업그레이드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은 특허 기술 전환 및 사용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고 국가지식산권국은 일련의 조치를 취해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지적재산권 권익 배치 메커니즘 개혁의 지속적인 심화로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권익 배치 매커니즘을 구축해 근본적으로 채권자와 각종 혁신 주체가 성과 전환을 실시하도록 적극성과 자발성을 유도한다. 둘째, 지적재산권의 운영 시스템과 플랫폼의 건설과 보완을 가속화하고 지적 재산권의 종합 응용을 추진한다. 셋째, 스마트 제조, 생물의약, 차세대 이동통신 등을 포함한 지적 재산권 집약형 산업의 발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조만간 국제 특허 출원 건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17년 중국은 13.4% 증가하여 48882건의 국제특허를 출원해 일본 48208(전년 대비 6.6% 증가)을 앞질렀다. 한국은 15763(1.3% 증가)으로 4위 독일에 이어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처럼 중국의 지적재산권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제는 과거처럼 남들처럼 따라가기 보다는 앞서려고 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도 자신의 특허권을 인정받고, 해외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려면, 중국의 시장에서도 동등한 조건으로 외국 기업이 활동할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미국의 강요도 있지만, 중국 스스로의 필요성도 충분히 있다. 이미 외국기업이 중국내 영업을 하기 위하여 제조 기밀을 공개해야 하거나, 중국인 지분이 50%이상이어야 하는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 중국은 미국의 경제력에 더 강력하게 지배받게 된다.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다수의 기술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카피되어 활용되고 있는 스텔스 기술 등 방위산업 기술 저작권료 지불등에 대한 해결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2. 양측의 무한대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지만,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인간이 늘 합리적이지만은 않고, 정치인들이 모든 투표권자의 바람대로 행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이나 트럼프나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의 이목이 쏠려있는 이런 큰 싸움판에서 먼저 꼬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양 쪽의 관세 폭탄이 에스컬레이트되면서 보복관세 적용대상 품목이 늘어나고, 덩달아 보복 관세율이 높아진다. 급기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두 등 식량 수출을 중지하고, 중국은 가전제품, 소비재 등 대미국 주요 수출품을 중지할 수 있다. 마침내 양국의 무역이 전면 중지된다. 1) 미국-중국 양 국의 상황을 보면 중국은 식량이 부족하게 되고 첨단 기술제품의 공급이 끊어진다. 반면, 미국은 소비재의 값이 폭등하게 된다.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된 제품들은 중국내 공장에 엄청난 재고를 쌓이게 되고, 많은 제품들이 유통기한을 넘겨 버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미국에 수출을 못하게 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을 잃어버리게 된다. 중국은 과잉생산의 주요인이 될 정도로 이미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악성 재고는 아마 지구를 덮고도 남을 정도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하면 미국이 감당해야할 것은 생활의 불편함이 심해졌다이다. 양 국을 오가는 운송. 교통 산업은 마비가 되고, 석유,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값이 많이 떨어진다. 2) 전 세계의 상황은 어쩌면 양국이 겪는 것보다 더 괴로울 수 있다. 왜냐하면 양 국은 그런대로 규모가 꽤나 커서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방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 유럽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중국 양 국에 수출하거나 수입해야 유지가 된다. 기본적으로 원자재를 충분히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또 한편으로 거꾸로 생각하면 물가가 엄청 싸질 수 있다. 어차피 미국에 보내지 못하는 물건이 다른 나라로 덤핑이하의 가격으로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옷이 미국으로 수출 못한다고 상상해보면, 그 물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만일 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서 미국이나 중국이 다른 나라에게 둘 중의 하나로 선택하라는 강요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버틸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황을 상상하더라도 자유무역은 사라지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악영향을 받아서 모든 기업이 힘들어 질 것은 분명하다. 이런 경우는 제조업 기반이 약한 나라일수록 더 심하게 겪게 된다. 만들 수 있는 생필품이 많지 않으니까. 어쩌면 세계는 화폐경제가 아닌 실물경제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3. 트럼프, 미국 내 자유무역주의자의 압력에 굴복

트럼프가 현재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기본 개념은 미국 적자가 너무 크니 이를 줄여보자이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 모든 사람이 트럼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서비스수지 흑자, 기술수지 흑자 등을 통해서 만회가 되고, 또 외국의 투자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무역적자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이를 굳이 무역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미국인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서 해결하거나,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해야지, 보호무역으로는 문제를 키울 뿐 해결책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 밖에서는 더구나 트럼프의 반자유무역주의적 현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 비난과 중국의 반발에 트럼프가 굴복하여 일찌감치 무역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이제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온갖 일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저렇게 어마어마한 매년 늘어만 가는 미국의 무역적자, 그리고 그동안 누적되었던 수십조 달러의 무역적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수는 있을까?’라는 질문은 더 심각하게 깊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저축 확대, 소비절감,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미국 무역적자는 더 커진다. 게다가 미국의 경쟁력 강화란 결국 외국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이라는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트럼프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고,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세 개의 시나리오 중 어떻게 끝나도 좋은 점도 있고, 후유증도 있다. 그리고 끝내는 방법의 선택지는 아무래도 미국이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 미국은 언제까지 무역적자를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