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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자유무역의 한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 정책을 마구잡이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자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자유무역을 말한다. 이에 미국의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중국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사드보복을 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자유무역이 뭔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유무역은 자유와 무역이 합쳐진 말이다. 자유는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무역은 서로 다른 국가 간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일이다. 고로 자유무역은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서로 다른 국가에 있는 사람들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일이다.


여기서 '남'이란 무역을 하는 당사자 이외의 모든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장 큰 '남'은 역시 국가이다. 고로 국가의 구속을 받지 않고, 다른 나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무역을 말한다.
누구든지 무역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국가의 구속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정말 완벽하게 자유스런 무역을 한다면 마약과 같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물건을 수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니까.


또한 내가 물건을 생산원가로 수출하고, 국가에서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하면 상대국의 수입가격은 엄청 낮아진다. 그럼 그 나라의 해당 산업은 공정하지 못한 무역에 의하여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유무역은 자유의 한계에 따라 그 범위가 정해진다.

 

 

 

 

자유무역이 아무리 좋아도 위 그림의 상한선과 하한선의 범위를 벗어난다면 그건 해가 된다. 예를 들면 수출을 너무 잘해서 외국의 돈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한국에서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수출은 적고 수입이 너무 많아지면 외국으로 한국의 부가 빠져나가서 한국은 가난해지게 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일본이다. 지금이야 오히려 적자국이 되었지만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엄청난 무역 흑자국이었다. 그러다보니 일본내에서는 엔화가 남아돌아 부동산 가격이 무척 비싸 일본을 팔면 미국을 50번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동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일본에서는 무척 비쌌다. 국가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가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는 외국 제품의 유통을 어렵게 했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 등 거의 모든 나라가 일본을 불공정 무역국가로 꼽으면서 자율적 수출규제를 강요했었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로 1981년 일본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의 댓수를 연간 180만대로 제한했었다.
이와는 반대로 수입이 지나치게 많아져 국가의 부가 외국으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을 때 또한 수입을 제한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무역흑자를 보았지만 대일무역적자가 워낙 커서 결과적으로 무역적자국의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였다.
이러한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고자 1977년부터 수입선다변화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나라와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하여 그 나라에서 수입되는 품목 중 다른 나라에서 수입이 가능하다면 이를 수입제한 하는 제도이다. 결국 타깃은 일본뿐이었다. 1980년대 초에는 최고 924개 품목이었지만, 1999년 완전 폐지되었다.
이처럼 자기 나라가 무역을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면 이를 반길 나라는 없다. 예를 들면 근대에 영국이 스스로 자유무역을 부르짖었지만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실제로 중국은 영국에서 수입할 만한 품목이 없었지만,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비단, 도자기, 차등 수입할 만한 품목이 많았고, 기술 또한 뒤져 있었다.
결국 영국은 자유무역을 하자며 내놓은 품목이 '아편'이었다. 팔게 없으니 아편도 자유무역 품목에 넣자는 영국의 주장을 당연히 중국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편이 주는 국민건강에 대한 폐해는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국이 아편의 자국 수입을 자유화한 것도 아니다.
결국 자유무역이란 개인의 이기심처럼 국가의 이기심이 작용하는 것이다. 자국에 이로우면 자유무역이든, 보호무역이든 하자고 하고, 불리하면 하지 말자고 한다. 그렇다면 자유의 한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무역을 하게 하면 되겠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일단 자유무역에서 '지나치게 자유를 허용'하면 안된다. 너무 자유화하여 한 나라가 너무 손해를 보면 이 또한 불공평한 것이다. '너무'를 넘어서지 않는 '적당한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뭐든지 극단으로 흐르면 안되고 적당한 '중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너무'가 얼마만큼이 너무인지, '적당한'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 지에 대한 명확한 선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자유무역이란 분명히 경제학적인 용어이지만, 자유란 윤리적 철학적 용어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스스로를 과학이라고 하지만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3x2=6라는 숫자를 내놓을 수 없다. 예를 들면 한 국가의 GDP의 60%까지는 자유무역이고, 그 이하는 보호무역이라고 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경제학은 과학이 될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만드는 무지하게 복잡한 계산식으로 '숫자'라는 것을 내놓고서는, 이를 정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적당한 해석'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사람마다 달라지게 마련이다.
영국은 자유무역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아편전쟁으로 개입했다. 그리고 미국은 영국의 자유무역론에 대하여 유치산업보호론을 내세우며 자유무역에 반대했었다. 일본은 자유무역 국가 같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한국은 이제 자유무역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한국이야말로 보호무역으로 발전한 대표적 국가이다.
그렇다고 지금 세계가 자유무역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산권 국가가 사라진 현대는 대체로 모든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을 마구잡이로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가 자유가 좋은지는 알지만, 그 지나침에 대해서도 알듯이, 국가도 자유무역이 좋지만, 또한 그 지나침도 안다.

선진국은 이미 산업화가 절정에 이르렀고 해외에 수출할 만한 것이 많기 때문에 자유를 폭넓게 정의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아직 수출한 만한 품목은 없는 데 수입만하다보면 자국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지나친 자유'에 대한 염려를 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은 지금도 모든 나라가 하고 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느끼는 자유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쟁은 '자유의 한계'가 명확한 숫자로 정해지기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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