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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골목상권과 국제 무역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지방자치단체의 강제휴무 조례에 따라 일요일에는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세상의 일은 언제나 매우 복잡한 일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무엇이 좋고 나쁜 지를 판가름하기가 무척 어려운 때가 많다. 대형마트들의 주말 영업금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형마트가 생기면 근처의 재래시장들, 필자가 사는 동네로 보면 보문동시장, 돈암동시장 등과 같은 소규모 가게들이 모여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던 곳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대형마트가 하나 생기려면 적어도 20만 명 정도의 인구가 필요하다는 데, 그럼 서울로 따지면 몇 개 동네의 상권이 대형마트에 쏠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소규모로 야채가게, 정육점, 과일가게 등이 자꾸만 무너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각 지방자치단체인 '구의회'에서 이런 조례를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소비자들은 아래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1)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판매 경쟁에서 왜 정부가 한쪽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지?
2) 대형 마트의 막강한 재력과 판매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이 공정한 경쟁인지?
3) 대형 마트의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는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해도 되는지?
4) 대형 마트가 과연 한국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지?

 

이 문제를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보면 아주 간단하다. 일단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기면 된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소비자의 정체성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는 생산자가 되기도 하고, 판매자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끼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분명하게 이익을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낮아진 가격과  저렴해진 탐색비용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이익이 어디로부터 유래하였는가?' 이다.  소비자, 생산자, 재래시장 그리고 대형마트 간의 이익의 분배가 제로섬 게임인지, 윈윈 게임인지를 파악해봐야 한다. 소비자의 추가적인 이익이 ①생산자와 재래시장 이익의 감소분만큼만 늘어났는지, 아니면 ②감소분이상으로 늘어났는지, 아니면 ③감소분이하만큼만 늘어났는지를 파악해보면 그게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는 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만일 첫 번째 경우라면 대형마트는 경제적인 면에서 별 의미가 없고, 두 번째 경우라면 소비자와 생산자 전체를 고려한다면 이익이 분명하고, 세 번째 경우라면 대형마트는 오히려 경제 전체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크게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예가 '월마트'이다. “everyday low price 언제나 저렴하게”가 바로 월마트의 판매구호이다. 그럼 월마트는 어떻게 항상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박리다매, 싸게 많이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 그건 바로 규모의 경제로 밀어 붙이는 거다.

 

월마트는 구매뿐만 아니라 운송에서도 매우 효율적으로 한다. 전 세계에서 자기네 물건을 가지고 움직이는 대형 선박은 물론이고 동네를 움직이는 트럭조차도 인공위성으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최적의 재고를 유지한다. 그래서 월마트의 가격은 거의 난공불락이 될 수 있다. 자, 여기까지는 완벽하다. 월마트의 등장은 분명히 소비자의 이익이 최대가 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최저가격에 공급하는 천사와 같은 존재이다.

 

 

그림


위의 그림 상으로 볼 때 대형마트와 연관된 부분은 소비자와 대형마트의 연관부분만을 보면 그들의 행동원칙은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주의에 아주 잘 부합한다. 일단 대형마트는 기업의 최대 목적인 '이윤의 실현'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게 되니 소비효용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만일 이러한 흐름이 폐쇄된 국내 경제 안에서만 순환이 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형마트의 가격인하 압력은 결국 한정된 생산자의 생산의욕을 감퇴시킬 것이고, 그러면 다시 상품의 가격은 상승하게 되니까. 문제는 대형마트의 글로벌 소싱전략이다. 대형마트에서 빗자루를 싸게 만들어 팔고 싶은 데, 한국 내에서는 갈대를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비싸니까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예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로 간다 (요즘은 중국도 비싸다고 하니까).

세계화 덕분에 가격인하의 한계가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생산업체가 무너지고, 그에 따라 그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실업상태에 빠지고, 연관된 유통업자들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럼 국내 생산 및 유통기업은 생계비를 지불할 수 없게 되니까 소비는 줄어든다.

 

지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무역적자인데, 그 원인은 바로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다. 제조업이 몰락하니까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높아지고. 그러면서 국내 생산이 없어지니까 계속해서 해외 수입해야 하는 물건들은 더 많아지고. 지구 전체로 보면 총 생산량은 변함이 없을지 모르지만, 국내 생산은 줄어들고 소비는 늘어나거나 그 규모를 늘려간다면 결과적으로 수입적자를 늘려야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순환이 계속 반복되면 언젠가 우리도 미국처럼 서비스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고 하다가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거의 모든 제조업을 외국에 의존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지. 미국 제조업이나 유통업의 몰락에 대한 월마트에 지워지는 책임론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크게 보면 그렇고, 작게 보면 글로벌경제가 우리의 밥상을 일상적으로 꾸준히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11/201711013385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