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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한중FTA 협상과 자유

요즘 시끌한 중국 사드, 북한 핵, 미국 신보호주의 등을 보면서 '정치의 자유'없이 자유무역이 가능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이 가능한 것인지는 더더욱 의심스러워졌다.

그런 와중에 12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27일 밝혔다.

 

제조업 중심의 한중 FTA는 2015년에 이미 발효됐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간 입장 차이가 컸던 서비스·투자 부문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엇갈려 발효 2년 이내에 후속 협상을 시작하고, 협상 개시 후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이미 한중 FTA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의 관광·유통업계 등이 피해를 주고, 삼성SDI. LG화학이 다른 나라와 달리 차별받는 과정에서 무용지물이었음을 보았다.

 

이 시점에서 중국과 FTA 협상을 다시 한다면 우리가 당했던 사드보복 과정에서 일어났던 '자유무역협정'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시작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체제를 규정한다
한 나라의 정치체제는 경제적, 법적 체제를 규정한다. 따라서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경제적 체제를 공부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치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정치.경제 및 법률 체계는 그 국가에서의 장단기적 이득과 비용, 위험도등에 영향을 준다. 어떤 면에서 보든 간에 민주주의 정치 제도, 시장 기반 경제하에서 재산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청렴한 체계를 갖춘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사업하기 더 쉽고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만큼 국가가 사업의 기회와 성과를 박탈할 수 있는 위험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모두 자신의 헌신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으로부터 이득을 가질 권리를 가져야 한다. 강한 재산권 보호가 없으면 기업과 개인은 타인의 불법적인 행위나 국가의 무력에 의해 혁신적 노력에 의한 정당한 대가를 뺏길 염려가 생긴다.

 

중남미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경제 발전이 뒤진 아이티의 경우 개인인 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기 위하여는 176개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기간도 16년이 넘게 걸린다. 은행은 농지와 같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지 않는다. 그 소유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페루의 경제학자인 Hernando de Soto는 재산권을 분명히 정의하고, 개인의 소유를 보호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잇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중국도 재산권 보호를 위한 어느 정도는 자유주의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상업적 재산 소유자들에게 국가와 같은 사용권을 주고 있다.

 

이처럼 경제와 정치는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정치가 경제를 관장한다. 그래서 정치경제라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 체제는 보통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강한 사적 재산권 보호, 경제적 자유와 발전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체제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없다. 정치적 자유가 없는데, 자유무역이 온전할 리 없다.

 

 

서비스와 문화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
중국 국민들도 정치적 자유가 온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애초부터 정치체제는 어떤 방식으로 먹고 사는 가를 규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자유롭지 않으면 경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대체로 같이 가는 것은 자본주의가 자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다시피 정치적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의 자유무역은 얼마나 허구인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중FTA 제 2.12조 무역관련 비관세 조치 항목을 보면 “각 당사국은 양 당사국 간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자국의 비관세 조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어떠한 그러한 조치도 양 당사국 간의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초래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그러한 효과를 가지도록 준비, 채택 또는 적용되지 아니하도록 보장 한다”고 되어 있다.

위 조항의 명백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국과 합작한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회사들의 중국내 법인의 자유가 얼마나 허망하게 짓밟힐 수 있는 지를 그대로 드러낸 반(反)자유무역이다. 국유·민간기업은 물론 외국 합작기업까지 공산당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기업의 발전보다 공산당의 발전과 정치적 억압이 먼저라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기업과 시장의 자유를 마음대로 억압하는 공산당에 의한 지배를 받는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얼마나 퇴행적인가를 중국 스스로 증명했다.

사드보복에 대한 중국의 공식입장은 '공식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이다. 하지만 억울하게 피해를 본 롯데그룹의 실체는 분명하다. 또한 한류로 대표되는 화장품, 한국 대중 스타들의 중국 진출도 막아 놓았다. 물론 공식적인 조치는 아니었다. 중국 기업들이 알아서 정부의 분위기에 기었다는 말이다. 국민정서라는 말로 그냥 설명하고는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창의력과 자유로운 표현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문화 분야에서 한중FTA 협정의 발전은 기대 난망이다. 실제로 한중 FTA에서 체결된 서비스 분야는 전체 155개 산업 중 데이터프로세싱, 금융 정보 제공·교환 서비스 등 6개(3.9%)뿐이다. 게다가 이미 개방된 서비스 분야에서도 서로 최혜국 대우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한중FTA가 상당히 제한된 자유와 꽤나 불투명함이 포함된 허구적 무역협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 한중FTA 서비스.투자분야 후속 협상에서는 이런 제한된 자유와 불투명함이 개선되는 방향이 되어, 다시는 사드보복과 같은 불편함과 양국 국민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쩌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자유무역체제와 중국에서 생각하는 자유무역체제가 다른 개념일 수도 있다. 애초부터 '자유'라는 단어는 정치적이 개념이니까.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