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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장의 생각

[남의 동네 걷기] 청파동 만리시장 효창공원

                                                                                                                                                      

2018년  5월 3일,  

날씨가 좋은 날이었어요+- *

걷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푸른 언덕으로 배낭을 메고, 떠났습니다.


BBC(경제경영서 저자 모임)의 김민주 회장님과 구자룡박사님과 같이 갑니다. 



용필이 형님 떠나신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는 아니더라도,

푸른 언덕으로 갑니다.

청파동으로~  

푸를 청, 언덕파, 동네동~




서울에서 반 백년을 살았지만, 청파동은 정말 낮선 동네입니다.

오늘 걷는 거리는 미지의 세계이지요.




지도에서 보는 청파동은 행정구역상으로 서계동, 청파 1,2,3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국립극단부터 시작합니다.

빨간 색으로 이루어진 컨테이너 건물이 눈에 확 띱니다. 

배우들이 연극 연습하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백성희장민호극장도 있습니다. 배우의 이름으로 지은 연극 극장도 있군요.




국립극단을 옆으로 끼고 도는 골목이 있습니다.

들어서니 GIO라는 카페도 있습니다. 

이 카페에서 왼 쪽으로 갑니다.




처음 들어서는 길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환합니다.

그래서 창신동처럼 안으로 들어가면 그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그저 군데군데 있을 뿐입니다. 

저 그림을 밑으로 하고 올라갑니다.



그럼 바로 이 계단이 나옵니다.

너무 길지 않아 힘들다는 느낌도 주지 않으면서 저 계단을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주기에는 충분한 높이입니다.




계단 중간에 오르니 이런 장면이 보입니다.

집 지붕 뒤 쪽의  축대 사이를 쇠줄로 잔뜩 엮어서 연결시켜놓았습니다.

아마 무너지지 말라고 임시 방편으로 해놓은 시설물인 듯합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CHEONGPA(청파)라고 영문으로 쓰여진 간판이 있습니다.

미국 LA 할리우드언덕에 있는 그 것을 본 뜬 모양이이기는 하지만 낡고 옹색합니다.



청파동을 걸으면서 내내 이런 골목을 많이 봅니다.

개발할 듯하다가 그만 둔 동네라는 느낌이지요.

도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동네지만, 화려한 도심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동네입니다.



바로 아래는 서울의 교통 중심인 서울역이 있습니다. 

내리막 언덕에 두 모녀가 보입니다.

누나와 엄마와 체형이 아주 같습니다.

아마 저 세대의 표준적인 체격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왜소하지만 강단과 고집이 있어 험한 세월을 뚫고 지내온 분들이라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골목 작은 삼거리에 미자싸롱이 있습니다.

싸롱하면 고급스러운 커피샵, 또는 고급스러운 옷가게, 고급스러운 식당의 이미지를 갖던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싸롱하면 웬지 아주 오래된 무엇을 나타내는 소리가 납니다.

미자사롱, 미자살롱, 미자살론 .... 어떻게 해도 별 차이 안 나네요.

참 같은 말인데, 세월따라 말도 빨리 변해요.

안에 들어가면 미자가 있을까요?



청파동도 봉제공장이 많습니다.

남대문시장이 가까워서 그런가요?

창문 넘어 열심히 다림질하는 저 청년의 모습이 훌륭해 보입니다.

한국인의 손재주를 가장 잘 살리는 산업이 바로 봉재라고 합니다.

요즘은 봉재기술이 있으면 벌이도 꽤 좋다고 합니다. 




골목 한 가운데 아주 낡은 건물이 보입니다.

구조를 보고 짐작컨데 옛날 정미소였지 않나 싶어요.

지붕은 낡고, 벽에 써있는 글씨는 50년은 넉넉히 지났습니다.

저 안 건물에도 여러 분이 모여 웃어가며 재봉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는 만리재고개에 있는 만리시장입니다.

보통 시장하면 평지에 가게들이 죽 늘어서있는 풍경을 떠올리지만, 이 시장은 좀 다릅니다.

언덕을 따라 들어서 건물입니다. 

원래는 시장건물이 아니라 영화찍는 스튜디어였는데, 

도금봉, 허장강, 구봉서 등등 당대의 유명한 배우들은 모두 다 왔다고 합니다.

아, 그 유명한 영화 '마부'도 이 동네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만리시장의 내부입니다.

언덕의 지형구조를 살리면서 내부에서 바퀴달린 것도 잘 이동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시장은 서울은 물론 타지에서도 흔하지는 않습니다.



만리시장을 지나니 배문중고등학교가 나옵니다.

전에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아 비가 오면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로 등교했다고 합니다.



이 동네 명물인 성우이용원입니다.

이미 매스컴에도 많이 나왔습니다. 청파동이 세련된 동네는 아니지만, 이 이발소는 그야말로 고색이 창연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건물은 백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서울 문화유산입니다.

호기심에 들어갔습니다.


김회장님과 구박사님은 이발을 한답니다.

저는 머리가 많지 않아서, 깍은 지 얼마되지 않아 구경만 합니다.

주인이신 이남열이발사님의 입담이 꽤 쎈닙다.

외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3대째 하고 계십니다.

본인의 이발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높습니다.

워낙 알려져서 인지 이 곳에 오는 손님의 대부분이 외지인이라고 합니다.

변해야 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나름 가치를 갖는 걸 보여주는 역사적 샘플입니다.



만리시장, 배문고를 지나는 언덕의 꼭대기입니다.

이 언덕을 따라 오르고 내리는 풍경은 약간은 시간을 뒤로 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과 높은 언덕의 낮은 건물이 늘어선 모습이 대조됩니다.





그렇게 걷다 숙명여대의 뒤편으로 오니 효창공원 후문이 나옵니다.

이 길의 이름은 임정로입니다.

효창공원에 임시정부 요인들 영면하신 것을 기리기 위함이지요.

동네 어르신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며 왁자한 소리가 즐겁습니다.



직선 거리로는 2-3키로이지만,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은 무려 6키로입니다.

이리저리 섰다 갔다 걷다 말다 하다보니 시간도 꽤 되었고, 다리도 아픕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듯이 청파동도 식후경입니다.

어디 먹을 만한 곳이 있나하다가 순천기사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메뉴는 다양한데 정말 기사분들을 위한 메뉴입니다.

제육덥밥, 낙지덥밥, 회덥밥 등등. 

그리고 모두 1인분입니다. 

소주시켰더니 별도의 안주 메뉴는 없고, 덥밥과 반찬을 안주삼아 마셨습니다. 

덕분에 따아악 한 잔했습니다.



남대문시장에서 갈치로 시작해서 기사식당까지 네다섯시간을 같이 걸었습니다.

깔금하게 머리깎고 깔끔하게 소주 한 잔, 깔끔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