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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무역환경]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당하는 방법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당하는 방법들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기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났고 이미 누적 적자도 최소 10조 달러는 넘어섰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미국 정부나 국민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심지어는 미국 경제학자들도 무역적자만으로 경제 현상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할 정도이다. 201835일자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무역적자를 다른 나라에 대한 손실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역적자는 국가 간의 상대적인 경제 성장률, 화폐 가치의 비교, 그리고 저축과 투자율 등과 같은 거시경제 지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예로 미국 무역적자는 대공황으로 국민 소비가 줄었을 때 극적으로 낮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무역수지 적자 8조 달러와 같이 엄청난 금액의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실물 경제로 보나, 화폐 경제적 측면에서 보나 상식적이지 않다. 그럼 미국은 그렇게 큰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달러환율 정상화

다른 나라의 통화에 대하여 달러화의 가치를 낮춤으로서 무역 적자를 줄인다. 달러를 평가절하면 미국 제품의 수출 가격은 떨어져서 가격 경쟁이 생기는 반면에 수입 가격은 높아져 수입 물량이 줄어든다. 내가 했던 양말 수출입을 예로 들자.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U$1.00 = 1000원이고, 양말 한 켤레 U$1.00에 수출한다면 한 켤레 수출할 때마다 나는 100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한국 원화의 환율하락)를 하여서 U$1.20 = 1000원이 되었다 치다. 그렇다면 수출하는 나는 같은 1000원을 받지만, 미국 소비자는 20%나 더 비싼 U$1.20에 양말 한 켤레를 사야 한다. 값이 비싸지만 소비는 줄어든다. 사실 다른 나라들은 이와 거꾸로 인 자국 화폐의 환율인상(평가절하)를 통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하여왔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돈의 값어치를 낮추고, 물건 값을 높여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는 미국의 시도는 번번이 국내외의 저항에 부딪쳐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달러 발행 국으로서의 국제적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달러가치는 그간 무역적자를 메꾸느라 발행한 양적 완화달러의 수량으로 인해 지금쯤 바닥을 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는 다른 화폐에 비하여 안정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환율은 아니다.

 

수출국의 미국에 투자

세계 각국은 미국으로부터 연간 8000억불에 이르는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액수를 자국 내에 재투자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큰 나라는 없다. 중국이 연간 1000억 달러 (100조원) 이상의 흑자를 보는데, 이를 전부 중국에 재투자한다면 아마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이나 한국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는 자국 내 재투자나 저축으로 쌓아두지만, 나머지는 외국 특히 지구상 가장 안전하면서 기술 발전이 빠른 미국에 재투자를 한다. 대표적인 미국 내 투자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미국 국채의 매입이다. 미국 국채 이자율이 10년물이 2018313일 현재 2.875%이다. 매우 낮은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미국 국채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다. 수출국들은 미국에 수출하여 번 돈을 미국에 재투자함으로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물건을 수입하여 달러를 지불하고, 다시 국채를 팔아 달러를 들어옴으로써 소비여력이 생긴다. 한 쪽은 계속 빚을 지면서, 한 쪽은 계속 빚을 주면서 달러를 순환시킨다. 그러면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버텨내고 있고, 대미무역 흑자 국들은 무역흑자를 버텨내고 있는 셈이다.

 

재무부 보유 금매각

미국은 명실상부한 최대의 금 보유 국가이다. 20162월에 발표된 WGC (World Gold council)의 국가별 금 보유량 미국은 8,33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이 보유한 3,374톤에 비교하여도 두 배 이상의 압도적인 보유량이다.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비율의 70%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금 생산량도 세계 3위국이다. 이를 금의 시세를 보면 312일 뉴욕상품 거래소(COMEX)에서 온스당 1324달러에 마감하였다. 이를 톤으로 환산하면 1톤은 35,274온스가 되고, 톤당 금값은 4670만 달러가 된다. 미국 중앙은행은 총 3892억 달러어치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무역 적자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수조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전하기 위하여 금을 팔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보유 금을 팔면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금을 다량 보유할수록 미국 국민과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이 무역적자를 메꾸기 위하여 금을 시장에 내놓을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무역 흑자국 압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면서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일어났다.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너무 많은 흑자를 내고 있으니 이를 줄여라 는 강한 압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대미국 수출을 줄이고, 미국 제품의 중국 수입을 늘리라는 압력이다. 물론 EU, 일본과 더불어 한국도 이런 압박을 받고는 있지만, 어쨌든 주된 공격 목표는 중국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트럼프라는 독특한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미국은 이러한 시도를 여러 번 하였고, 대표적인 것이 대일본 무역적자 감소를 위한 플라자합의이다. 1985년 뉴욕플라자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재무장관들이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환율조정을 위한 합의였다. 플라자 합의가 채택되자 독일 마르크화는 1주 만에 약 7%, 엔화는 8.3%가 각각 상승했고, 이후 2년 동안 달러는 30% 이상 급락하게 된다. 이 달러 약세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였고, 미국의 대유럽 무역적자도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엔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50%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일적자는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 무역수지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J 커브 이론의 시한인 1.5년 반을 훌쩍 넘은 2년 뒤인 1987년 말이었다. 또한 1981년 일본 자동차를 대미국 수출량 100만대로 제한했던 VER (Voluntary Export Restraint)가 그런 제도였다. 그렇지만 이런 제도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감소하지 않았다. 결론은 미국의 국가 경쟁력, 더 분명히 하면 제조업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국가 구조를 재조정한다면 무역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