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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환경

정부지원 지나치게 제조업에 한정되, 무역업에도 개방해야

정부지원 지나치게 제조업에 한정되, 무역업에도 개방해야

 

 

 

 

국내 중소 제조업을 키우려면,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해외 영업 인력을 늘려야 한다.

필자는 요즘 젊은 무역 창업인들과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제품을 해외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에서 개발한 독특하면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성분을 포함시켜 미백과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해외 수출하는 작업이다.

이미 한 두 나라에서는 꽤 알려져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제품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무역협회에서 진행하는 해외 온라인 마켓 등록대행 서비스를 활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팀의 한 젊은 사장이 이들 단체를 방문하고 나서는 실망했다. 그러한 지원을 받으려면 실제 제조시설이 있는 제조업체 등록 회사이어야만 해외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해외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나는 30대 초중반의 열정 넘치는 사장들이 많다. 이들은 시대의 감각에 맞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외국어도 능수능란하다. 또한 이들의 사업아이디어는 아날로그 시대에 젖어있는 기존의 무역업계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접근한다.
이들과 같이 단군이래 최고의 능력과 열정을 갖춘 무역상들이 필자가 운영하는 '무역무작정따라하기'카페에는 1만20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창업후 독자 생존하며 성공적인 무역상으로 자리 잡은 사장도 많다. 그리고 이 카페에는 새로이 무역업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신규 창업 사장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수출 아이템을 찾아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는 것은 향후 적어도 2-3년은 그 제품에 올인하면서 제품의 본질적 특성과 마케팅적 강점, 그리고 해외 현존 경쟁자는 물론이고 잠재 경쟁자의 동향까지 파악해야 한다.

좁고 변화무쌍한 국내 시장과는 다르게, 해외 시장은 거의 무한하면서 찾고자 하면 늘 한국제품을 사고자 하는 시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국내에서 장사를 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젊은 무역 창업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만한 제품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해외 수출을 하려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찾으려면 해외 직접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방도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지원이 제조업 위주로만 되어 있어,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해외 전시회, 시장개척단 등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편으로 보면 국내 제조업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그리고 늘 세계에 팔만한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시회에 가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한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한 소비재, 산업재, 중간 소재들이 많다.

이들은 물건을 만들어 냈지만, 해외 팔만한 인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있다하더라도 그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정도만 목표 시장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가장 타격을 많이 입는 것이 멀리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여력이 없던 중소 제조업체이다. 이 들에게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도 강 건너 불보듯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많고 좋은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에만 미스매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출지원 정책에도 이런 미스매치가 있다. 무역 창업하여 국내 제품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고자 하는 수많은 무역 창업자와 제품은 있으되 직접 수출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제조업체를 매치시키는 방안을 적극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필자는 이러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해외 전시회나 시장 개척단 등 여러 가지 해외 마케팅 수단에 무역업 운영자에게도 개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만으로 한계가 있다. 건당 수십불에서 수백불하는 소규모 무역에는 온라인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대규모 거래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무역에서는 역시 해외 바이어와 해외 영업자 간의 대면 상담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국내 무역상들이 한 개의 부스에서 여러 제조업체의 제품을 가지고 나가서 상담을 한다면, 무역회사와 제조회사 간의 윈-윈 게임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길들이 막혀있다. 이제까지도 잘해왔던 한국의 수출지원 정책이 앞으로도 더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역 창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개방하여 제조-무역업의 협업'을 증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09/201709203357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