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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문화

한류열풍 ‘배후’에 그들이 있다

가요·방송계 등에서 스타를 만든 사람들… 박진영·이수만·김종학·윤석호 등 스토리

오늘날 한류가 있기까지는 한류스타와 한류콘텐츠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들이 있다. 
한국 연예인 중 처음으로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타임100)’에 뽑힌 데는 프로듀서 겸 가수 박진영이 힘이 컸다. 이에 앞서 비는 세계 대중문화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아시아 연예인 사상 처음으로 단독공연을 펼쳤다. 단 한번의 미국 공연으로 세계적 스타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고 ‘타임100’에 선정된 것이 이를 입증한 셈이다.

세계적 톱뮤지션들 박진영에 관심


 

박진영

박진영

비를 ‘아시아의 스타’를 넘어 ‘세계의 유망스타’로 탈바꿈시킨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은 2004년 국내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같은 해 8월 목사 출신 힙합 뮤지션 메이스의 컴백 앨범에 참여해 ‘The Love You Need’를 수록시킴으로써 미국 메이저시장에 진출한 첫 한국인 뮤지션으로 기록됐다. 그의 진가가 확인되면서 아웃캐스트, 릴 존 등 톱뮤지션들이 박진영에 큰 관심을 보여 지난해 4월에는 윌 스미스의 최신 앨범 ‘Lost and Found’에 ‘I wish I made that’의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6위에 올랐다. 박진영은 현재 피 디디(퍼프 대디), 타이리스 깁슨 등 최고 뮤지션들과 6개의 앨범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또 태국계 미국인인 19살 쿤을 키우는 등 현지화를 통한 가수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민영방송인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이 15주간 진행한 대규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류웨이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훈련중이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총괄 이사는 “아시아를 평정하는 데는 아시아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방법 외에 아예 대중문화의 원천이자 본토인 미국를 점령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안 감독과 오우삼 감독, 배우 장쯔이와 주윤발 등 중화권 영화감독과 배우들도 미국 진출 이후 그 명성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화됐다. 정욱 이사는 “비는 올 늦가을이나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아시아 12~13개국을 도는 대규모 투어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라며 “콘서트가 끝나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영어로 된 정식 음반을 발매함과 동시에 현지 프로모션을 하고 미국의 빌보드차트에 오르게 한다는 게 박진영씨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만

이수만

HOT, 보아, 동방신기를 키워낸 이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다. HOT는 2000년 2월 중국 베이징 공연 직후 ‘한류’라는 명칭을 중국언론이 처음 사용케 한 주인공이다. ‘아시아의 별’ 보아는 이수만 이사가 2000년 발굴한 인재다. 당시 중학생이던 보아는 데뷔곡 ‘ID:Peace B’를 들고 나타나 깜찍한 아이돌 스타로 출발했다. 이수만 이사가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보아로 하여금 노래와 춤은 물론 영어와 일어까지 익히게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2006년 현재 열아홉살인 보아는 아시아의 별로 자리매김했다. 이수만 이사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에이벡스(AVEX)와 손잡아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했고 일본인의 감성에 맞는 노래로 승부했다. 보아가 지금까지 오리콘차트 정상에 오른 것만도 8회. “시장이 가장 큰 곳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이수만 이사는 “중국 시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중국인을 현지에서 직접 선발, 중국시장을 겨냥한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혀왔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4년 전 중국 스촨성 출신의 16세 소녀 장리인을 발굴, 육성해 올해 데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홍콩을 기반으로 한 ‘SM아시아’ 설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양현석

양현석

세븐, 빅마마, 휘성, 거미 등 최고의 실력파 가수들을 확보하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이사도 한류를 이끄는 주역이다. 이중 특히 세븐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류스타로서의 입지가 탄탄하다. 지난해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세븐은 올 3월 3집 앨범 ‘24/세븐’과 일본 첫 정규앨범 ‘퍼스트 세븐’을 동시에 발매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퍼스트 세븐’은 발매하자마자 오리콘 차트 상위를 차지, 그의 위상을 확인케 했다. 양현석 이사는 “올해 내에 미국 현지 법인인 ‘YG아메리카’와 일본 현지 법인인 ‘YG 재팬‘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류의 원조는 ‘사랑이 뭐길래’

한류를 확산시킨 데는 드라마의 역할이 컸다. 한류의 물꼬는 1997년 중국 CCTV를 통해 ‘사랑이 뭐길래’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터졌다. 이후 한국드라마는 대만, 홍콩, 베트남, 타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아시아 지역과 일본까지 확산됐다. ‘별은 내 가슴에’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많은 한국드라마가 아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겨울연가’의 배용준은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리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일본관광객의 한국방문이 잇따랐고 최근에도 배용준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배용준은 보아와 함께 일본에 불어닥친 한류의 중심에 있다. 그는 요즘 김종학 PD가 연출하는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에 한창이다. 주인공 해모수와 고주몽, 광개토대왕 1인3역으로 출연중이다. 그가 캐스팅되면서 일본에 DVD판권이 일찌감치 판매된 것은 물론 촬영지인 제주도 북제주군에는 요즘 배용준을 보러 온 일본인 팬들로 북적인다. 전체 제작비만 378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이다.  

김종학

김종학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스타덤에 오른 김종학 PD는 1998년 독립, 외주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을 세웠다. 스타급 작가 24명과 PD 10명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이 정통 멜로부터 대작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로즈마리’ ‘풀하우스’ ‘오!필승 봉순영’ ‘슬픈연가’ ‘아름다운 날들’ ‘해신’ ‘서동요’ ‘패션 70’ 등 많은 작품이 김종학프로덕션에서 나왔다. 이 중 ‘풀하우스’ ‘오!필승 봉순영’ ‘슬픈 연가’ ‘아름다운 날들’ 등은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가 ‘모래시계’의 콤비 송지나 작가와 손잡고 직접 메가폰을 잡는 ‘태왕사신기’는 처음부터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역작이다. 김종학PD는 “광개토대왕 이야기를 우리 역사만으로 그리지 않고 세계 공통언어로 표현해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과 그가 이끄는 특수 촬영 스태프를 ‘태왕사신기’에 6월 이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류 드라마를 꾸준히 생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만만찮다는 게 현업 종사자들의 토로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한류드라마의 80~90%는 외주제작사 작품이었다. 외주제작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질 높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현재 방송사에서 지불하는 제작비로는 결코 좋은 콘텐츠를 완성하기 어려워 외주제작사들은 흥행작을 내도 적자에 허덕이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한류열풍이 불면서 연기자, 작가 등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제작비에 쪼들리는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그동안 한류 드라마로 정작 돈을 번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었다”며 “제작비가 부족해 해외 자본을 많이 끌어들이게 되는데 그보다는 기업을 비롯한 국내인들의 투자로 진품 드라마를 만들고 수출에서 얻은 수익도 그대로 한국의 부로 축적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석호

윤석호

한류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유명한 윤석호 PD도 2004년 윤스칼라라는 이름의 외주제작사를 설립했다. 요즘 방송중인 KBS 1TV ‘봄의 왈츠’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은 그의 계절 연작 드라마 완결편이다.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윤석호 PD 특유의 감성으로 빚어낸 러브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은 여전하다. ‘겨울연가’라는 초특급 한류 드라마를 탄생시킨 주인공이기에 윤석호 PD는 ‘봄의 왈츠’를 준비하면서 “한류를 더 의식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이 작품은 이미 일본, 대만, 태국, 홍콩 등 8개국에 수출돼 50억 가까운 제작비를 거의 확보했다. 미국, 오스트리아, 브라질, 스페인, 중국 등으로부터 수출제안서를 받고 협상을 거의 완료하는 단계에 왔다. 

윤석호 PD는 또 배용준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를 뮤지컬로 꾸며 지난 2월부터 일본 투어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본 삿포로 공연시 매진사례를 보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이 뮤지컬은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쳐 9월말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 5개 도시에서 공연한 후 내년 초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팝페라 임태경과 일본 극단 시키(四季)에서 활약중인 고영빈이 주인공 ‘준상’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영화계의 한류 이끈 차승재·심재명  

차승재(왼쪽), 심재명

차승재(왼쪽), 심재명

영화계에서 한류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와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다. 차승재 대표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한일 합작영화 ‘역도산’을 제작하는 등 일본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특히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개봉돼 250만 명이 관람, 일본 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며 약 30억 엔(246억 원)을 벌어들였다. 차 대표는 “한국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가 일본 관객도 만족시키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우선되어야 하며 그러다 보면 흥행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또 “1980년대 붐을 일으킨 홍콩영화의 몰락을 교훈삼아야 한다”며 “한류 붐이 있다고 해서 일부 스타배우에 의존해 안일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강제규필름을 흡수, 합병한 MK픽처스는 지난 2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GONZO’를 그룹 내 기업으로 둔 (주)GDO와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및 DVD 시리즈 제작 등에서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MK픽처스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GDO와 공동제작해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다. 또 액션하드보일드 소설 ‘상흔’의 판권을 일본쪽에 그대로 둔 채 공동제작 형태로 시나리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MK픽처스는 중국 극장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말 중국 국영기업 보리문화예술유한공사의 자회사와 중국내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합자회사 설립 및 영화 제작, 배급, 매니지먼트 등 영화사업 전반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심재명 대표는 “과거처럼 다 만들어놓은 다음 수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동투자, 공동제작을 해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ww.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11995&code=115#csidxbcbfc43ff415654916639d46b4a2e6c